알베르 카뮈의 찬란한 추천사 때문에 이 책의 리뷰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많은 문장가가 닮고 싶어하면서도 질투해 마지않는 장 그르니에의 문장은 세월이 지나도 잘 마른 빨래처럼 보송보송하다. 섬이라는 제목이 주는 철학적인 질문을 작가는 잡히지 않는 관념으로 억지로 묶는 대신,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들로 풀어간다. 좀처럼 빨리 읽을 수 없는 이유는 문장이 어려워서라기보다,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주변에서 자라나 숲을 이루어, 독자는 처음 도착한 여행지를 걷듯 둘러보고, 숨도 들이키며 현실과 대조하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책장을 열면 안 된다. 이곳에는 작가와 독자가 모두 가지고 있는 일상이 있다. 사진의 뒷면처럼 아직 우리가 찾지 못한 일상의 뒷면에 작가는 글을 썼다. 이 뒷면을 어떤 이는 만날 것이고, 어떤 이는 만나지 못할 것이며, 어떤 이는 스스로 채울 것이다. 작가와 같이 일상의 뒷면에, 그 틈에, 혹은 그 섬에 닿기 위해, 우리는 충분히 손을 뻗고 있을까. 바람 부는 날, 일상을 피하고자함이 아닌, 일상에 젖어들기 위해, 남과 달라지기 위해서가 아닌, 같아지기 위해 이 책을 펼칠 수 있을까.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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