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노을을 보지 않는다. 늑대는 언덕 너머 그림자가 내내 머물렀던 자리에 앉아, 짙은 그림자에 빛덩이가 뭉개지는 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흙과 물이 반짝이는 밤이 오면 눈을 뜬다. 거대하고 따스한 태양보다,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받아서야 겨우 반짝이기에 자신 외에 무엇도 밝히지 못하는, 조금만 움직여도 흔들리는 그 빛을 늑대는 소중하게 눈에 담는다. 그래서 늑대의 눈은 겨울철 지붕 끝에 오래 매달린 고드름처럼 차고 단단하게 남모를 빛을 갈무리하고 있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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