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책상에 써 놓은 네 이름이 날아갈까봐 둥글게 말아서 연필꽂이에 심었어. 다시 쓸 건 정리해야 나중에 찾기 쉽잖아. 흐린 내내 꺼내보고 꽂아놓았어. 어느 맑은 날, 밖에서 볕을 쬐고 돌아왔어. 물기를 가득 먹은 네 이름, 마르지 않은 내 방, 모른 척한 시간. 곰팡이는 대체 어느 눈물 같은 습기에서 태어난 걸까.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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