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은 효율적일까.

효율은 효율적일까.

쉽고 빠르게, 적은 투입으로 많은 결과를 얻는 과정을 우리는 효율적이라고 부른다.

대량 생산과 함께 산업화를 대표하는 단어다.

포드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우리 기업은, 우리 사회는 모두 이 단어에 매료되어 있다.

효율은 생산 공정을 넘어 교육 시스템, 인생 가치관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효율은 과연 효율적인가.

1. 쉽고 빠르게

2. 적은 투입, 많은 결과

1. 쉽고 빠르게

 세상은 더욱 간편해지고 일을 벌이기에 쉬워지고 있다. 우리는 식초의 맛을 잘 모르면서 레시피에 따라 식초를 넣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컴퓨터가 어떻게 인간의 명령을 이해하는지 모르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다. HTML 코드를 모르면서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고, 책의 내용을 읽지 않아도 주제를 알 수 있다.

 효율은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낸다. 생산 공정을 떠올려 보자. 내가 조립하는 반제품의 부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묻지 않는다. 내가 조립한 반제품이 제품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역할, 영향을 미치는지 묻지 않는다. 내가 할 일은 이 반제품을 만드는 일이고, 반제품을 만드는 법만 알면 된다.

 경영학은 이런 생산 공정의 체계를 다른 직무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각 부서에서 만들어진게 매뉴얼이다. 매뉴얼은 틀이다. 일을 쉽고 빠르게 진행하게 한다. 다만 구성원들은 그 업무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고, 틀 대로 그 일을 진행하고 결과를 낸다. 때문에 구성원은 별로 의미가 없다. 다른 사람이 와도 매뉴얼만 있으면 업무가 가능하다. 틀을 깨고 바꾸는 건 구성원들이 아닌 경영진의 업무다. 물론 경영진이 그런 틀에서 벗어난 사고 방식을 가졌을 때의 얘기지만.

 산업화 이후의 교육 시스템 또한 효율적으로 변했다. 전처럼 읽고 묻고 토론하지 않는, 정해진 책을 알려주고 풀어준다. 학생들은 이제 비가 오면 새가 낮게 나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수학의 답을 구하기 위한 단 하나의 공식을 외우고 의문을 품지 않는다. 대량의 학생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수학 선생은 풀이 과정까지 채점할 여유가 없다.

 위처럼 얻은 결과물을 다시 얻으려고 할 때, 우리는 매뉴얼을 또 봐야한다. 같은 결과를 내더라도 두 번째 할 때는 먼저 거쳤던 고충을 또 겪는다. 매뉴얼이 없는 분야나 누가 먼저 해놓지 않은 일들을 스스로 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거나 고치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가?

2. 적은 투입, 많은 결과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한다. 이 역시 산업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일어난 효율성의 측면이다. 가장 한정적인 자원은 시간이다. 되돌릴 수 없다. 때문에 속도는 업무처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위와 같은 맥락의 문제가 일어난다.

 100 중 10을 써서 A를 얻는다. 100 중 20을 써서 A를 얻는다. 언뜻 보면 전자가 훨씬 이익이다. 99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는 계속 10을 써야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다음부터 5만 쓰면 된다면 어느 쪽이 이익인가. 당연히 후자다. 이것을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이라고 한다.

 우리는 문제에 따라 어느 쪽의 관점을 취해야 하는 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교육을 예로 들자. 초중고 선생님이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다 알려주고 내신을 잘 맞게 해서 대학에 보낸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대학에서 친절하지 않은 교수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에 나갈 때 왜 떨어지는지 알려주지 않는 면접을 수없이 많이 보게 된다. 입사를 하면 다들 업무를 알려주니 그대로 하지만 누구든지 자신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 누군가 알고 있는 것, 알려주는 것만 알 수 있는, 여전히 참고서/매뉴얼을 끼고 있는 모범생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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