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신에게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친구, 행인, 누구든 상관 없습니다. 전 기도하는 겁니다. 제 기도를 들어줄 수만 있다면 소 머리에라도 할 겁니다. 녹슨 파이프에도 할 겁니다. 제가 무릎을 꿇든 엎드리든 당신은 신경쓰지 않겠지만, 들어만 주신다면 머리에서 피라도 흘리겠습니다. 당신은 깎기 힘든 꽃무늬 돌장식으로 들으십니까, 그림자를 사이로 피어오르는 한 줄기 빛으로 들으십니까, 아니면 대리석 복도를 걸어오셔서 등 뒤에서 들으십니까.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듣긴 하시는 겁니까. 듣지 않으시면 전 가야합니다. 다른 곳으로 가서 기도해야 한단 말입니다. 당신이 신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기도할 필요도 없이 내가 얼마나 절박한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손톱이 끊어지도록 바닥을 움키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전 기도해야 합니다. 여기 있습니까.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아이야, 나는 듣지만 말하지 않는다. 너는 묻지만 듣지 못한다. 나는 너의 앞에 흐르는 눈물이며, 너의 볼을 쓰다듬는 바람이며, 너의 발을 이고 있는 대지다. 네가 달려오기 전부터 나는 너의 기도를 들었다. 나는 들어도 이루어줄 수 없으며, 너는 물어도 답을 얻지 못한다. 어느 정교한 무늬도, 화려한 그림자도, 단단한 바닥도 너에게 해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너를 뜻대로 할 것이며, 너는 스스로 내 뜻을 따를 것이다. 그것이 내가 너에게 이미 준 마음이다. 네가 나를 믿지 않아도, 나는 이미 너를 사랑한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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