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그곳엔 깊은 바다가 있을 것이다. 끝 너머로 사라진 다음, 내가 사라졌다는 말마저 덮을 이끼가 있을 것이다. 그 황량함과 마주하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뒤돌아 가서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여길 것이다. 그 때까지도 황량함을 다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은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 키가 큰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할 것이다. 해를 어깨에 짊어지고 쉼 없이 잎 흘리는 나무가 그 사람을 내려다 보고 있을 것이다. 그늘처럼 싸늘한 나무의 시선이 그 사람에게 닿을 것이다. 다시 황량함과 마주할 것이다. 가져온 가방, 싸 온 도시락을 내려놓을 것이다. 매달린 갈증, 얽힌 분노를 풀어놓을 것이다. 깊은 바다를 한 번 들여다보고, 몸뚱어리를 담글 것이다. 끝.
 나는 벤치에 앉아 바다 밑까지 가라앉는 나를 확인하고, 나무를 토닥거리고 돌아섰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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