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자갈이 많다. 울퉁불퉁하다. 자갈을 딛고 선다. 하늘도, 바다도 멀다. 멀리, 더 멀리 본다. 뒤꿈치를 세워 수평선 너머를 보려고 한다. 눈을 치켜 뜬다. 입이 벌어진다. 벌어진 입으로 파도가 들어온다. 바람와 달리 떠나지 않는, 호수와 달리 머무르지 않는, 나무와 달리 매달리지 않는 파도가 들어온다. 머리에 가득 담고 온 것들이 파도에 쓸려나가 해변의 자갈이 된다. 자갈을 떨쳐내 나는 가벼워진다. 해변을 떠난다. 해변에 자갈이 많다. 울퉁불퉁하고 위험한 자갈을 파도는 두루 쓰다듬고, 또 쓰다듬는다. 자갈이 둥글어지다 이내 모래가 될 때까지 쓰다듬는다. 파도에 쓸릴 자갈 없는 아이가 와서 모래성을 쌓을 날을 기다리며 자갈을 쓰다듬는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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