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매일 다시 태어난다. 절벽은 매일 구름을 제 몸에 새긴다. 절벽도 한 때는 커다란 산봉우리였고 구름이 모여들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몸 갈라지고 바닷가로 밀려나와 절벽이 되었다. 절벽의 알몸에 새겨진 구름 자국을 할머니의 주름이라 부르기로 한다. 구름은 절벽 옆에 머무르지 않는다. 바람을 따라 멀리 나아간다. 기억하지 않는다. 절벽은 구름이 어디로 갈 지 알고 있다. 호수에서 헤엄치다 폭포에 휩쓸리기도 하고 산에 부딪혀 비를 흘릴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절벽은 구름에게 말하지 않는다. 낯선 봉우리에서 구름은 다시 태어날 것이다. 바람에 떠밀릴 지라도, 하늘에서 제 모양을 만들 것이다. 구름은 여행을 계속할 것이다. 울고 또 시작할 것이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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