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매일 오늘을 쫓는다. 나는 대문에서 오늘을 걷어 네가 있는 달로 던진다. 해는 오늘을 쫓아 너에게 간다. 너는 나에게 받은 오늘을 다시 나에게 던진다. 해는 매일 같은 표정으로 오늘을 쫓고, 달은 매일 다른 표정으로 오늘을 숨긴다. 나는 너에게 던진 오늘엔 어제의 설레임이라고, 네가 나에게 던진 오늘엔 내일의 그리움이라고 이름 붙인다. 어제와 내일이 이름에 깔려 죽는다. 오늘을 쫓던 해가 아이처럼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운다. 눈물의 파편이 담벼락 위에 뾰족하게 꽂힐 즈음, 해는 나를 닮은 표정이 된다. 턱을 괴고 오랫동안 나를 보다가 여름이라 말한다. 부서진 눈물을 나무에서 주워 차곡차곡 담는다. 나무는 길가에 뚝뚝한 표정으로 서있다. 나무는 받은 눈물보다 훨씬 많은 눈물을 뺏기고도 말이 없다. 눈물도 잎도 사랑도 뺏기고도 모자라 제 몸을 부러뜨려 해에게 준다. 해가 가진 두둑한 주머니에서 부러진 가지가 눈물을 먹는다. 해는 주머니를 안고 겨울이라고 말한다. 해는 이제 울지 않는다. 해는 설레임과 그리움을 바싹 말려 겨울을 높이 세운다. 나는 옷깃을 세운다. 나는 해를 등지고 떠난다. 달이 있고, 잎이 검은 나무가 있고, 바람이 웃는 곳으로 걷는다. 해가 나를 따라온다. 주머니에 담긴 부러진 가지가 새싹을 틔워도 나는 모른다. 나는 봄을 모른다. 해는 오늘을 모른다. 너는 나를 모른다. 해는 더 이상 오늘을 쫓지 않고, 난 너를 쫓지 않는다.


@wonw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