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놈이 하나 있는데 말야, 연휴 아니면 제사 때나 얼굴을 본다네. 그거야 요즘 세상이 워낙 바쁘니까 이해해야지 어쩌겠는가. 근데 말야, 집에 올 때마다 푹 삭은 표정이더란 말이지. 직장을 잃은 것도 아니고 뭐 문제 있는 것도 아닌데 말야. 한 두번이면 그 때만 그런가보다 할 텐데, 이 녀석이 매번 그래. 오자마자 지 방으로 들어가서 밥 먹을 때 빼곤 이박삼일 내내 자. 자는지 안 자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움직이지 않는 건 확실하네. 방에서 별 움직이는 소리가 안 나거든. 얼른 짝을 찾아야 할 텐데. 결혼 때문인가하면 그것도 아닌 게, 우리가 별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재촉하는 것도 아니거든. 당최 모르겠어. 물어보면 피곤하대. 평소에 전화하는거 보면 그렇게 늦게 퇴근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싸워? 에이, 얘가 그런 성격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몇 년 동안 그런다는게 말이 되는가. 정말 궁금한 건 바로 그 녀석 얼굴색이란 말야. 정말 피곤해 보이거든.

 허허. 그러다 자네 안색까지 자식놈처럼 되겠구만. 그러지 말고 여기 한 번 둘러보게. 우리 집 정원이 좀 투박한가. 내 그 앞에 판자때기 덧대어서 노는 자리 하나 지었네. 사람 들고 햇빛 들게 문과 창문 달고, 바람 막고 비 마르게 벽 세우고 불 때웠네. 천정 얇고 가벼우나 겨울 눈 감당하고, 바닥 깊고 문턱 낮으나 바람이 피해가니 좀 좋은가. 낮이면 환하고 밤이면 어두우니 자연 이치와 같다네. 덕분인지 이곳에서 나누는 말에는 억지가 없다네. 험한 말, 약한 말, 가시박힌 말을 여기다 펼쳐놓으면 볕이 고추 냄새 걷어가듯 싸악 뽑아가지. 억지스러운가. 하하. 보게. 우박이 오네. 들리는가. 문 두드리는 소리네. 우박이 나그네마냥 바닥에서 튀어올라 창문을 두드리지 않는가. 귀엽지 않은가. 허허허. 자네 자식놈보고 눈 뜨고 보라하게. 녀석도 좋아할게야. 이제 일거리 떨어지는걸 저 우박 보듯 할게야. 하하하.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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