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점점 밖에 나갈 이유를 방안으로 끌어들인다. 커튼은 점점 두꺼워지고, 책상에 얹는 물건은 점점 늘어난다. 의자는 맞은편 의자 대신 텔레비전을 향하고, 사람들은 찻잔 대신 모니터를 닦는다. 방에 앉아서 누구든 만날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이런 방은 상상과 다르게 밝은 조명과 따뜻한 온도를 유지한다. 온화한 인테리어가 가끔 찾는 손님이 아닌, 매일 오는 나를 맞이한다.
 나는 안락한 이 방을 매일 원하고, 매일 찾아와, 매일 이불 속으로 몸을 묻는다. 그리고 여전히 당신을 바란다. 나는 언제나 이 방에서 당신 곁을 원한다. 이 방은 당신의 방과 연결된 문이 있지만, 나는 그 문을 열지 않는다. 이 방이 여태까지 모든 내 욕망을 끌어들였듯, 당신을 끌어들이길 원한다. 당신에게 닿고 싶어 더 많은 문을 만들면서도, 나는 그 문을 열지 않는다. 아빠가 문을 열고 의자가 되었듯, 엄마가 문을 열고 이불이 되었듯, 선생님이 문을 열고 책이 되었듯, 친구가 문을 열고 소파가 되었듯이, 당신이 문을 열기를 바라고만 있다. 나는 절대 그 문을 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너무나 늘어나버린 수많은 문 앞에서, 문이 한 개만 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전화도 없고, 편지도 없던 시절. 그야말로 문이 문만을 의미했던 시절. 문 뒤에서 기척을 어설피 숨겨가며 당신을 기다려야 했던 시절. 그러다 덜컥 문이 열리기만 해도, 보이고 싶었던 마음을 쉽게 들켜버리던 시절. 열린 문을 보고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내 방을 어떻게도 감출 수 없었던 솔직한 시절을 우리는 그리워한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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