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시티는 한때 꽃이 피는 곳이었다. 싼 휘발유로 자동차들이 굴러다녔다. 사람들의 시냅스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혈관에 혈액도 잘 흘렀다. 사람들이 웰빙을 추구했고 자유가 넘쳐 났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덕 시티는 일개 도시에 불과했지만 그 자체로 라이프스타일이자 허상이었다.
이하 책갈피.
스포일링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27p.
태풍이 몰아쳐서 뾰족한 나뭇가지들과 젖은 잎들이 그의 얼굴에 부딪혔다. 그는 10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피가 나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계속 뛰었다. 그는 입으로 피를 물처럼 마시면서 뛰었다.
164p.
"소모하는 것 없이 꾸역꾸역 먹기만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아프다고? 내가? 난 우리 나라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이야. 그 증명서도 받았지. 모든 것이 없어진 다음에는 난 더욱더 건강해질 거야. 모든 것이 말이야."
"불가능에 도전하는군."
183p
"아뇨. 예전에는 저기에 독이 들었다고 믿었어요. 먹으면 곧바로 병에 걸렸으니까요. 그 후 우리 세 선지자 중 한 분께서 자연에서 자라고 시들어 죽고 그다음 해에 다시 나는 것만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흐른 후 산을 먹어도 병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그래서 규칙을 좀 완화했어요. 그러자 믿음이 약해졌고, 모든 것이 해이해졌습니다. 더 이상 신선한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쪽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는데요."
"그렇죠, 신성한 것은 이제 없습니다."
존이 무성의하게 동의했다.
187p
"참 이상하죠, 선생님. 만약 저처럼 되는 게 올바르지 않다면 모든 것이 왜 이리 맛있는 겁니까? 몸에 좋은 것들은 왜 이렇게 맛없는 거예요? 자연은 진화하고 똑똑하다면서요."
227p
대학 세미나 시리즈 '에이헵, 애국 또는 매국'은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교회에서 하는 대화의 시간 '살인, 날씬한 덕목 또는 무거운 범죄'에 더 많은 청중이 모여들었다. 피해자들은 결국 끔찍하게 죽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덕 시티의 위상과 국력을 신장하기 위해 재건하려는 인류의 법칙을 어기기도 했다. 그것이 최대 쟁점이었다.
"자연에서 생물의 크기는 다 정해져 있다. 한 인간은 다른 인간이 두 팔로 안을 수 있을 만큼만 커야 하고 그 이상은 안 된다."
덕 시티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시인이 <머큐리> 조간 문화면에 이렇게 기고했다.
228p
눈동자만 움직이는데도 머리가 아팠다. '엘리베이터 내 질서 유지. 최대 세 명 또는 660킬로그램. 새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사람들이 꼬일 수 있습니다.'
238p
도널드는 얇아진 팔과 형태가 달라진 목과 이제 눈에 보이기 시작한 무릎뼈를 만졌다. 수용소 밖에 있을 때는 이런 모습을 그리도 원했는데 막상 되고 나니 그의 매력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마치 그의 영혼과 감정이 싹 지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전에는 그랬던 적이 있었다, 감정이 남아 있던 시간들. 안 그랬다면 어떻게 데이지를 만나 열렬히 사랑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 때를 기억하자 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