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물었다. 누나는 누구에요?
 그녀는 안내자였다.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아이처럼 질문만을 던졌다. 예식장이 어디에요? 카페는 어느 쪽이에요? 공연이 몇 시죠? 추천 좀 해주시겠어요? 대화 스크립트와 답변 메뉴얼은 정해져 있었다. 그녀의 연락처를 묻는 경우도 포함해서. 그녀는 모든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했다. 죄송합니다만 그 정보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칠 층에 있는 결혼정보업체를 방문해 보시겠습니까?
 그녀는 유능한 안내자였다. 대답만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되려 질문을 하기도 했다. 결혼하시는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커피 전문점과 제과점 카페가 있는데 어느 쪽이 좋으세요? 티켓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어떤 장르를 즐겨보세요? 그녀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고객의 기준에 맞추어 한 줄로 늘어 세우는데 능란했다. 고객이 정보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하면 그녀는 질문을 해서 바로잡았다. 때로는 경비를 불렀다.
 한 번은 이런 손님이 있었다. 손님은 얼굴을 반쯤 가린 선글라스를 쓰고 평범한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손님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고, 그래서 그 때가 여름인지 겨울인지, 그의 나이가 몇인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의 외모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세상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사람 같아서 세상 그 자체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그 때까지 응대한 손님들과는 다르게 그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그녀의 면전에 버티고 섰다. 딱히 키나 덩치가 크지 않았기에 시야가 답답하진 않았지만 거추장스러웠다. 그녀는 생글생글 미소를 잃지 않으며 그와 눈싸움을 벌였다. 그는 수차례 눈을 깜박거렸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이내 그를 무시했다. 다른 손님을 상대하기도 하고 그가 보던말던 화장을 고치기도 했다. 그는 떠나지 않았다. 키가 조금 큰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오싹한 기분이 들어 경비를 불렀다. 경비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끌고 나갈 뿐이다. 그는 반항하지 않고 경비가 이끄는대로 순순히 나갔다.
 벌써 오래전 일이었다. 그녀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줄곧 봐왔다. 그가 있던 곳에 검은 나무가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부풀리고 잎을 펼쳤다. 그녀는 경비를 불렀지만 소용 없었다. 그건 그림자요. 건물 앞에 있는 저 나무 그림자란 말이오. 그녀는 그 나무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 나무가 건물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오래 거기 있었는지, 나무의 이름과 몇 월의 탄생목인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나무는 그녀를 향해 가지를 뻗듯 그림자를 뻗고 있었다. 아침이면 건물 밖에 머물다가 정오에 움츠렸다가 오후에 너무도 쉽게 창문을 뛰어넘어 그녀가 서 있는 곳까지 단숨에 덮치듯 뻗어 나왔다. 그 나무는 그처럼 그곳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며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아이가 물었다. 누나, 누구에요?


@wonw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