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다. 한 개 동만 완공된 아파트에서는 애완동물을 금지했고, 주변 주택에 사는 사람들도 마당이 아무리 넓어도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다. 밤에 산책하기 좋은, 하지만 전혀 개발되지 않은 산을 끼고 있는 마을이면서 잡종개 하나 없었다. 오리나 돼지, 닭이나 소를 기르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러나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밤만 되면 오리나 돼지, 닭이나 소는 조용하고 개와 고양이가 짖는 소리로 골목이 가득찼다. 밤에는 길거리에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목격자는 좀처럼 없었지만, 몇몇 대담한 밤의 행인들로부터 여러가지 소문이 퍼졌다.
 해가 지고 달이 구름 뒤로 숨으면 북극성을 향해 숲에서 개들이 무리를 지어 나오는데 그 모습이 전국시대 병사들이 말을 몰아나오는 듯하다, 그러다 선두에서 별을 향해 앞다리를 치켜드는 녀석이 있는데 그 놈 몸집이 여느 토실한 돼지보다 크다, 그래도 송아지보다 작더라, 아니다, 송아지만 하더라, 별빛에 개목걸이가 희번득 거리는데 글자가 조그맣게 쓰여있다, 그거 보려고 가까이 갔다가 녀석의 앞발에 치어 죽은게 박 씨 아닌가, 당신들 여태 잘못 알고 있었다, 멧돼지가 아니라 그 녀석이었다, 박 씨가 그 녀석 앞에서 어물쩡대며 그 글씨를 큰 소리로 읽자 녀석이 그 곰발바닥 같은 발을 들어 후려쳤는데 박 씨가 외친 말은 '맹견주의'였다, 그 녀석이 앞다리를 치들면 그 옆으로 병사들이, 아니 개들이 우르르 뛰쳐나온다, 녀석은 무리의 중심에서 달리기 시작하는데 박차는 흙이 어찌나 많은지 꽁무니엔 다른 개들이 달리질 못한다, 녀석은 금세 선두를 따라잡아 앞서가며 크게 입을 벌리고 컹 하고 짖는데 나무들이 파르르르, 그걸 듣고 옆에서 개들이 따라짖는데 그 소리가 우레보다 크더라, 왜 당신들도 그 소릴 듣지 않았는가, 얼마 전 한여름에 마루에서 자던 영미네 애가 그 소리에 놀라 앙 울었더니 녀석들이 또 그 소릴 따라 컹컹컹, 애기가 그 소리에 또 놀라 앙앙앙 울었다, 영미네는 그제서야 잠 깼는데 이미 개들은 지나가고 없고, 고놈들이 남겨둔 흙먼지가 뿌옇게 마당에 들이찼는데, 아, 그것이 밤안개 아니었는가, 아니었소, 그것은 개들이 지나간 자리에 피어오른 흙먼지였던거요, 여튼 이 개놈들도 매일 같이 하릴없이 이러는 건 아니고, 다 이유가 있소.
 개도 고양이도 키우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어느 쪽의 습성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개와 늑대를 구분하지 못하기에 개의 친근한 이야기보다 늑대의 무서운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듣고 경계했다. 늑대를 집안에 들여놓았다가 손해보는 돼지는 개가 돌보는 사람보다 중요했다. 밤의 행인들은 자신들의 대담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행적을 드러내는 대신, 위험을 내세웠다.
 고양이 무리들은 더 무섭다, 개들이 무리를 지어 뛰쳐나올 때면 어김없이 그들도 무리를 짓는다, 고양이들은 어디서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 벽과 벽 사이,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에서 가느다란 실처럼 소리없이 빠져나온다, 그 소리없는 것들은 아무리 모여도 여전히 소리가 없더라, 어쩌다 가로등이 없는 골목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듯 쉬지않고 고양이들이 새어나온다, 그 중 한 녀석은 땅에서 올라오지 않고 구름에서 내려온다, 어느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달을 가려 훤하게 빛나는 구름에서 꽃가루 떨어지듯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허리가 길게 늘어지는 것이, 앞다리가 닿을 때 술을 한 잔 들이켰는데 아직 허리가 내려오는 중이라 파전을 찢고 두 점 먹고 기다리다 한 잔을 더 꺾어마시고 두 점 또 먹고 한 잔을 더 꺾으려 고개를 들었을 때야 뒷다리가 바닥에 닿더라, 그 발소리 없는 것들이 별에 바람 스치듯 땅 위를 스치다가 개들이 우는 소리가 들리면 이 녀석들도 비로소 소리를 낸다, 고양이가 모여 우는 소리는 개들처럼 산만하지 않고 우직하지도 않은 것이, 딱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는 원한을 잘근잘근 씹어 입안에 뭉쳤다가 뱉는 듯한 강하고 짧은 외마디 소리, 두번째는 한숨을 가늘게 담배연기처럼 피어올리는 듯한 야들야들한 소리, 세번째는, 이건 나도 들은 적 없고 위대한 밤손님에게 들었는데, 무는 소리라고 하더라, 그게 뭔 소린지 모르겠다, 죽는 소린지 죽이는 소린지 알 수 없다.
 밤마다 마을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듣기 전에 항상 잠이 들었고, 낮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개와 고양이의 소리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했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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