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면도는 합니다. 아, 그게 면도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지요, 어떤 놈은 위에서 아래로 해야한다, 어떤 자식은 아래에서 위로 해야한다, 어떤 분은 귀밑에서 턱선을 따라가야 한다, 손으로 만지면서 걸리적 대는 부분을 찾아야한다, 코밑과 턱은 반대방향으로 해야한다, 눈을 떠야한다, 감아야한다, 어찌나 말이 많은데요. 저도 꽤 오래 면도를 해왔습니다. 예, 술 좀 먹었지요. 이럴 때 얘기해야겠습니다. 저도 수염 깨나 깎아봤단 말입니다. 어렸을 땐 거품 좀 만졌죠. 아버지 대신 그 뭐시냐, 두꺼운 붓 같은 걸로 아저씨들 귀밑머리부터 좌악, 손님들 있는 턱, 없는 턱 만져가며 그려봤단 말입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지만 사실 깎아요. 에이, 저번에 중 아닌 사람도 제 머리 깎는 거 봤는데. 여튼 전 면도 잘 합니다. 오, 그럼요. 나이 먹을수록 완숙해지지요. 요샌 면도날에 잘 베이지도 않아요. 면도기도 워낙 좋은데다가 거품도 털을 잘 불려주고. 숙이? 그 여자랑 상관 없습니다. 예, 그게 남자의 로망이지요. 턱수염 많이 나는 남자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지갑은 맡길 수 있어도 면도날은 맡길 수 없죠. 왜 역사에 많이 나오잖습니까. 장군들 자는 사이에 슥삭. 혹시 또 압니까, 장군들이 허구헌날 그 따끔한 바늘들을 여자들의 야들야들한 볼에 문질러대니까 자는 사이에 면도라도 해버려야겠어 마음 먹은게 화근이 되어 남자의 질긴 목을 여린 손으로 붙들고 날카로운 면도날을 문지르다가 손이 미끄러져 거 어디야, 동맥, 대동맥을 그냥 홱 그어버리고 나라를 구한 양, 팜므파탈인 척 하는 거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제가 그렇게 영향력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돈까스로는 유명하잖습니까. 하하, 예. 돈까스는 좀 만집니다. 그 여자가 돼지고기를 싫어하는데, 물론 저도 모릅니다만 만약에 말입니다, 괜히 내 턱수염 맡겼다간 슥삭, 내가 수염처럼 잘려버릴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깨끗하게. 없었던 것처럼. 그럼 이 레스토랑에서는 두 번 다신 복분자, 아니 와인 먹은 돈까스는 맛보실 수 없는 거란 말씀입니다. 그 돼지고길 그냥 만든 게 아니에요. 와인 맛 나죠? 나잖아요? 그쵸? 그게 저기 저 프랑스 쁘레고뉴 지방, 아, 물론 들어보신 적 없으실텐데, 그 지방에서 삼십년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와인를 담근 다음에 여태까지 비밀로 하고 있다가 이제 자기들은 삼십년산 고급와인만 판매한다고, 예, 해마다 담그고 있는 거죠, 어쨌든 그런 무서운 전략을 들고 올해부터 팔기 시작한 겁니다. 그 귀중한 산딸기, 아니 포도를 담가 만든 와인으로 재어놓은 돼지고기를 삼만번 두드려펴서, 예, 매번 팔이 빠질 것 같지만 그럴 때마다 이 와인을 마시는데 힘이 번쩍번쩍 나서 다시 삼만번을 더 두드리고 와인 붓고 재어놓았다가 손님이 딱 주문을 하시면 고 때 밀가루를, 돈까스 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살짝 담그는데, 예? 기름? 옥수수기름인데? 뭐 어때, 한 잔만하고 가. 여기 복분자 죽여. 응? 여기 내 입술에 조끔 남았네에, 에헤헤헤헤. 숙아, 숙아. 가지마. 그 쪽이 아니여. 나 여기 있어. 나 남기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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