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삶의 규칙과 절대적인 모순을 이루는 이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엄청난,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이해해 줄 만한 불안을 일으켰다. 총 사십 권이나 되는 세계사 책을 훑어보아도 그런 현상이 있었다는 서술은커녕, 단 한 건의 사례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낮과 밤, 아침과 저녁해서 넉넉하게 스물네 시간이나 되는 하루가 다 가도록 아파서 죽거나, 높은 데서 떨어져 죽거나, 자살에 성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명절이면 흥청망청한 분위기에 마음도 해이해지고 술도 거나하게 취해 누가 먼저 죽음에 이르는지 내기라도 하듯이 도로에서 서로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에서도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예년과는 달리 이번 섣달 그믐날은 사망자들을 뒤에 남기는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 않은 것이다. 커다란 이를 드러낸 늙은 아트로포스가 하루 동안 잠시 그녀의 낫을 옆으로 밀어두기라도 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피까지 흐르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혼란과 괴로움에 사로잡힌 구급 요원들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구역질을 간신히 눌러가며 박살이 난 차에서 망가진 몸뚱어리들을 끄집어냈다. 이 몸뚱어리들은 충돌의 수학적 논리에 따르면 벌써 완전히 죽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렇게 심한 외상과 내상을 입었음에도 분명히 살아 있는 몸으로 귀를 찢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앞세워 병원에 실려갔다. 이 사람들 가운데 단 한 명도 수송 도중 죽지 않았으며, 가장 비관적인 의학적 예후들이 모두 틀렸음을 보여주었다. 이 가엾은 사람은 어쩔 수가 없군, 수술할 필요도 없어, 완전히 시간 낭비야, 의사는 마스크를 매만져주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실제로 하루 전만 하더라도 이 환자에게는 구원의 가능성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 가지는 분명했다. 오늘은 이 사고 피해자가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전국 각지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해의 마지막 날 자정 정각까지만 해도 규칙에 완전히 순응하여 죽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서 규칙이란 우선 문제의 핵심, 즉 생명의 종결과 관련된 규칙, 그 다음에는 이 생명이 오만하게든 경건하게든 운명의 순간을 넘어서는 다양한 방식과 관련된 규칙을 말한다. 한 가지 매우 흥미 있는, 관련된 인물 때문에 흥미 있는 사례는 아주 늙고 덕망 있는 모후母后였다. 십이월 삼십일일 자정을 일 분 남겨놓고 모후는 생명이 위독했다. 아무리 순진한 사람이라도 이 왕실 여인의 생명에 타고 남은 성냥개비라도 하나 걸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의사들 또한 아무런 결함이 없는 의학적 증거 앞에서는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왕실 구성원들은 모든 희망을 버리고 서열에 따라 임종의 침상을 둘러싸고 늘어서서 체념한 표정으로 이 왕실의 어른이 마지막 숨을 쉬기를, 혹시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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