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p
마르코 폴로가 돌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다리를 묘사한다.

 "그런데 다리를 지탱해 주는 돌은 어떤 것인가?"

쿠빌라이 칸이 묻는다.

 "다리는 어떤 한 개의 돌이 아니라 그 돌들이 만들어내는 아치의 선에 의해 지탱됩니다."

마르코가 대답한다.
쿠빌라이는 말없이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 이렇게 묻는다.

 "왜 내게 돌에 대해 말하는 건가? 내게 중요한 건 아치뿐이지 않은가?"

폴로가 대답한다.

 "돌이 없으면 아치도 없습니다."






134p
폴로가 대답했다.

 "어쩌면 이 정원은 내리감은 우리 두 눈꺼풀의 그늘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겁니다. 폐하는 전장에서 먼지를 일으키시고 저는 먼 고장의 시장에서 자루에 담긴 후추 값을 흥정합니다. 그러나 떠들썩한 소음과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눈을 반쯤 감을 때마다, 우리는 비단 기모노를 입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우리가 보고 경험하고 있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결론을 내고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쿠빌라이가 말했다.

 "어쩌면 우리의 대화는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라는 별명을 가진 두 거지들이 하는 대화인지도 모르네. 두 사람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녹슨 잡동사니, 천 조각, 폐지 들을 모아 쌓지. 싸구려 포도주 몇 모금에 취한 두 사람이 동방의 보석들로 주위가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폴로가 말했다.

 "어쩌면 이 세상에는 쓰레기로 뒤덮인 황량한 땅과 칸 왕궁의 공중 정원만 남아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을 나누어놓는 것은 우리의 눈꺼풀이지만 어떤 게 안이고 어떤 게 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187p
(...) 철학자는 그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슬픔의 도시 라이사에도, 살아 있는 존재와 다른 존재를 잠시 하나로 묶어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그 끈은 곧 풀어졌다가 다시 움직이는 점들 사이로 뻗어나가면서 새롭고도 신속하게 형태를 그려낸다. 그렇게 해서 불행한 도시는 매 순간 결코 존재하지 않는 행복한 도시를 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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