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p
(...) 그것은 겁에 질린 눈빛, 감당할 수 없는 신뢰의 눈빛이었다. 이 시선은 열광적인 질문이었다. 카레닌은 평생 동안 테레사의 대답을 기다렸고 지금 이 순간 (전보다 훨씬 더 집요하게) 그녀로부터 진실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테레사로부터 기인하는 모든 것은 그에게 진실이다: [앉아!] 혹은 [엎드려!]라고 그녀가 하는 말은 카레닌과 혼연일체가 되어 따르던 진실이자 그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던 진실이다).

Ww: 사랑하는 이의 말은 진실이 된다. 그 말에서 거짓을 찾아내고 거짓이라고 내 입으로 말하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내 마음에서 진실이다. 

338p
 이것은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테레사는 카레닌에게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인간의 한 쌍을 괴롭히는 질문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가 나를 사랑할까? 나보다 다른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가 나를 더 사랑할까? 사랑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부터 파괴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는 다른 무엇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Ww: 사랑조차 요구하지 않는 사랑. 아가페. 내리사랑. 아프지 않냐고 묻지만 지금은 사랑하니까 모른다고 답한다.

321p
 (...) 가까운 이웃 마을에 있는 교회에는 아무도 가지 않았고, 술집은 사무실로 개조되었으며, 남자들은 어디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실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젊은이들 역시 어디로 가서 춤을 춰야 할지를 몰랐다. 종교적 축제는 벌일 수 없었으며 공식적인 축제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가장 가까운 극장은 20킬로미터 떨어진 시내에 있었다. 쾌활하게 서로 이름을 부르고 잠깐 틈을 내어 잡담도 즐기던 하루 일과가 끝나면, 사람들은 저급한 취향의 현대식 가구가 들어선 조그만 집의 벽속에 틀어박혀 텔레비젼 화면만 뚫어져라 보았다. 사람들은 서로 남의 집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식사 전에 이웃과 몇 마디 나누는 게 고작이었다.

Ww: 삶을 성찰할 때다.


288p
 이런 것을 정치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근처에 카메라가 있으면 그들은 눈에 띄는 첫번째 아이에게 달려가 그 아이를 번쩍 들어올려 뺨에 키스를 한다. 키치는 모든 정치인, 모든 정치 행위의 미학적 이상이다.

Ww: 동서양 다를 거 하나없다. 



268p
 예전에 동료들이 그를 비겁하다고 상상하고 경멸했을 때, 그들은 모두 그에게 웃어보였다. 그를 더 이상 경멸할 수 없고 심지어 존경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 지금, 그들은 토마스를 피하는 것이다.
 하긴 그의 옛 환자들도 더 이상 샴페인을 마시자고 초대하지 않았다. 몰락한 지식인들이 처한 상황은 이제 더 이상 예외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속적인 상태이며 동시에 보기에도 거북살스러운 것이다.


Ww: 영광의 길은 택하는 순간 빛난다. 잊기 쉬운데, 그 길을 계속 선택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343p
 (아! 얼마나 끔찍한가!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자들의 죽음을 미리 꿈꾼다!)


Ww: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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