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스토리북 서재 쪽에는 기록했지만 이곳엔 기록하지 않은 
되새기는 차원에서
읽은 책 중에 좋은 책만 가려뽑아 기록한다.
책 크기, 순서는 순위와 상관 없다.





Ww
얇다. 깊다. 보통 사람(에브리맨)의 희노애락이 잘 묻어있는 소설.



98 page

그들이 청년이었을 때는 여러 번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 때는 둘 다 너무 젊고 분노가 강해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 나이가 들고 분노가 강해 이해 못했다.


Ww: 평범한 우리는 갖은 핑계로 이해를 피한다.




177 page

그는 떠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연약함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지금 살아있기를 바라는 갈망,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갈망도 감당할 수가 없었다.


Ww: 모든 것은 끝났다. 시작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또 어디선가 무언가 시작된다.









Ww
낱말과 낱말의 틈을 잘 떼어놓았다.
많은 낱말에 많은 뜻을 담아버려 
이제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143 page

거짓말, 당신을 위하여

노을은 우리의 눈이 착시해낸 가짜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처음 아는 어린 시절에는 잠시나마 세상의 아름다움에 뼛속 깊이 허망함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의 눈이 그러한 착시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사실을 신비롭게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허망함을 철회하고 다시 아름다운 시선으로 노을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대게 우리의 소망들은 결국, 그 거짓말의 그릇에 담긴 간절한 진실과 같다.

우리는 늘 이 세계가 두렵고 무섭다. 생각보다 더 어리석고, 생각보다 더 추하며, 짐작처럼 순수하지도 않고, 짐작처럼 신비하지도 않다. 이 세계뿐이랴. 생각보다 더 추하고 순수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게 느끼는 두려움과 무서움은 더 크다. 그러므로 실망과 공포를 완화시켜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실망과 공포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냈다. 불행에 빠지지 않을 수위로 자신의 기억들을 재편집한다거나, 적절한 때에 다가와주는 망각에 의존한다거나, 미리 의심하고 미리 이별하고 미리 포기하기도 한다. 혹은 상상함으로써 현실 너머로 건너가기조차 한다. 이 모든 행위들은 사실과는 도무지 거리가 먼 거짓말의 일부인 셈이다.








Ww
역시 기술보다는 기개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고의 책.
이것은 비단 소설가를 위한 책만은 아니다.



158 page

뭐, 괜찮지 않습니까.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누구라도 긴장해서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요. 그럴 때는 첫 부분만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리고, 다 쓰고 난 뒤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빌려왔던 첫 부분을 고쳐서 다시 돌려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161 page

아무리 유명한 스타가 아무리 훌륭한 연기를 해도 '저 사람, 사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라거나 '저 사람은 자신의 연기를 정말 지긋지긋해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것입니다.
시도 아니고 희곡도 평론도 아니고, 이른바 보통 소설도 아닌데 내 마음을 뒤흔들어 더 이상 그것을 읽기 이전처럼 세상을 볼 수 없게 되는 그런 글.

그것 또한 나는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거대한 변명처럼 들리지만 
유약하고 순수한 인간은
실격인가 묻는다.

(포함된 단편 '직소'는 '최후의 유혹'과 함께 보면 유다에 관한 여러 관점을 즐길 수 있다.)





언론이 한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과 피해자는 대결 구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책을 읽은 건가, 안 읽은 건가, 그 경계와 그 사이는 무엇이며 
우리는 책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쓴 비독서에 관한 책!

정말 읽었다. 
그러나 정말 읽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추가.
책에서 언급하는 모든 책에 서지사항이 달려있고,
거기에 작가가 긍정적/부정적, 읽은 정도 등을 분류했는데
'읽은 책'이라는 분류가 아예 없다.






논둑길처럼
휘청이는 긴 막대처럼
위태롭도록 가늘고 무의미하게 길었던 삶의 공백을
예술이 치유하는 모습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근육이 찢어졌다가 다시 강해지는 것처럼
예술은 그들을 파고 메운다.

그들은 'movie' 라지만 '사람'으로 바꿔도 좋다.

첨언. 오에 겐자부로에 대해 알고 있다면 부가적인 감정선을 느낄 수 있음.

103 page

저는 '사랑 이상의 사랑이 있었네'라는 부분에서, 아닌 게 아니라 에로틱함을......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깊은 곳에 존재하는 어떤 기미를 감지한 건 아니었을까...... 야나기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그저 어린아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친밀함 정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중략)

히나쓰 고노스케의 번역에서는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부분이 영문에서는 너무 담백해서 오히려 실망했던 기억도 나요.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라는 것과 다음 3행이었으니까요.

I was a child and she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Ww: 참 은근슬쩍하다.



170 page

이 얘기는 벌써 당신에게도 이야기했을 텐데요...... 그들은 '환생한 메이스케'를 길 아래쪽 못에 파여 있던 구덩이에 던지고 돌로 눌러 죽였죠. '메이스케 어머니'는 강간당했고요. 그것도 여러 남자에게 윤간을 당했지요. 두 사람의 귀가가 늦어지니까 그들을 찾으러 나온 마을 젊은이들은, 이미 어두워졌기 때문에 돌에 눌린 '환생한 메이스케'의 시체는 포기하고, 쓰러져 있는 '메이스케 어머니'를 널빤지에 태워서 함께 둘러메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첫번째 봉기에서 농민들에게 봉변을 당했던 밀주집 주인이 기다렸다가, 널빤지 위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 물을 먹여주는 척하면서, 무언가 말을 건넵니다. 그러자 '메이스케 어머니'는 물이 담긴 그릇을 탁 쳐내면서, 널빤지에서 머리를 들어, 큰 소리로 대답해요. '좋았느냐고? 그렇게 알고 싶으면, 다음엔 당신이 당해보겠어?'




220 page

"지금처럼 해서, 추임새를 마친 사람들이 조용해지게 만들지요. 아사 씨한테는 그 부분을 꼭 철저하게 해주도록 부탁할 겁니다. 그리고 두세 박자 지난 다음...... 히카리가 가르쳐준......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2악장이 울려퍼지도록 합니다, 숲에 메아리칠 정도로 큰 소리로요. 무대의 '메이스케 어머니'와 '환생한 메이스케'를 비추는 조명은 범위를 좁혀, 두 사람을 둘러싼 여자들 무리의 주변 실루엣만 빛이 나요...... 그런 모두의 위쪽으로, 저 노래 같은 몇 소절이 울려 퍼집니다.
야나기 부인의 저택에서 나는 침실의 한쪽 파티션으로 둘러쳐진 구석으로 도망쳐서, 침대에 쓰러져 떨고 있었어요. 어둡고 고통스럽고 아프고 두려워서...... 더 이상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죠. 압력이 가슴과 머릿속에 팽팽하게 차올랐어요......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 피아노 음악의 그 부분이 쏟아져 내려왔어요. 나는 아아 하고 소리를 낼 수가 있었지요...... 내 연극 공연에서는 아아 하는 소리를 단풍이 한창인 숲속에 울려퍼지게 하고 싶어요. 그 음악에 실어서요......"


Ww: 아픔은 치유를 부른다.







김소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아침에 뜨는 해부터 붙잡지 못한 손까지 모두 시(詩)의 대상이다.
시의 전문을 옮기면 시인께 죄송하니 한 연만 옮기기로 한다.
특히 시집의 마지막에 실린 산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옮기고 싶다.
마지막 문장은 읽는 이, 읽을 이를 위해 올리지 않는다.


66 page

내 다섯 손가락으로 당신 손등을 꽉 감싸고
당신의 손바닥을 내 손바닥에 빈틈없이 맞붙이고
당신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와
봉합된 이 모양을
눈 떼지 않고 바라보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이 구겨진 길을 따라 걷는다.



84 page

출산 준비를 하는 먹장구름은
태양을 물에 말아먹는 중


102 page

껴안았을 때에만 느껴지는 당신의 맥박처럼, 덜컥덜컥 희미하게 다가오는 문산행 기차와 형광등에게 가닿았다 까맣게 내려앉은 하루살이들과 1억 5천 킬로미터를 직진으로 달려오는 햇빛과



112 page

내 그림자 하나가 빈방을 메우고, 빈방에서 움직이고 있다. 고개를 돌려 빈 벽에 그려진 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그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적요를 더 지독하게 만드는 데에 그림자는 한몫을 한다. 그럴 때, 등이 따갑고 마음이 신산하다. 그럴 때, 차마 마주보지도 못하고, 당신 그림자에 시선을 두고 말 이 삶이 더 선명하다. 그럴 때, 당신이 내 안에 무늬를 그리며 있다는 것을 알겠다. 더 빨리, 더 견고하고 완벽하게 당신의 온몸이 나의 온몸이 되는 걸 느낀다.







아주 작은 사실은 커다란 진실을 담고 있다.
괜찮을 거라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라.

분위기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과 비슷.
단정하는 말투. 무관한 사실을 기술하고 있지만 그 이면을 통해
슬픔을 느낄 수 있다.
비교가 되는 책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비교해보면 
문학에 있는 깊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문명과 야만은 과학기술의 차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 차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격렬해진다.





배경은 공무도하 당시가 아닌, 현대다.
때때로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는 인물들.
그러나 개미의 눈밑까지 훑을 듯한 김훈의 상세한 현실과
출렁거리는 감성이 인물들을 빛나게 한다.









@wo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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