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리] 2010년 7월 최고의 책

 7월에 읽은 책 중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을 골라보았다.

 물론 내가 읽은 기준이기 때문에 신/구간의 구분은 없다.

버스탈취사건

미사키 아키

 장편 [이웃마을 전쟁]의 녹록한 문체에 감명을 받아 이 단편집을 읽었다. 현실에서 좀처럼 접하지 못하는 황당하고 장난스러운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을 진지하게 풀어간다. 전반부의 장난기로 우리 가슴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제의 씨앗을 깊숙히 묻고, 후반부에서 급격히 싹을 틔워 줄기와 가지를 뻗어 자라난다. 

 특히 마지막 단편이 압권이다.

뉴욕이야기

소피 칼 / 폴 오스터

 아주 얇고 단적인 면을 강하게 드러내는 책이다. 뉴욕의 매력이 한껏 묻어나면서도 창작가의 향기 또한 물씬 난다. 아주 얇고 강렬한 책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창작 면허 프로젝트

대니 그레고리

 그림 그리는 책으로 위장하고 있다. 재능을 바라며 재능 때문에 포기하지만 진정한 힘은 '시작'과 '꾸준함'에서 나온다. 그림과 글과 뜻이 모두 훌륭하다. 절대 그림에 관한 책이 아니다.

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그는 분명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길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끊임없이 인간을 탐구하였으며 영원한 휴식이 올 때까지 결코 쉬지 않았다.

 도시 시리즈를 읽으며 사그라들었던 호감이 이 책을 통해 다시 불타올랐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얼마나 공들여 썼는지, 책이 온몸으로, 온 문장으로 말하고 있는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쉼표다.

 '카인'이 어서 번역되어 들어왔으면 하고 기대한다.

숫타니파타

법정

 숫타니파타는 불교 최초의 경전으로 여러 번역이 존재한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손을 거쳐 더 부드러운 단어와 후렴 운율의 반복으로 잔잔한 울림을 우리에게 전한다.

 참고로 난 불교신도가 아니다. 몇몇 경전이나 티벳 명상에 관한 책은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성서처럼 격정적이지 않은 차분함으로 마음을 뒤흔든다.

추락

존 쿳시

 노벨문학상을 탄 사람은 많고, 타지 않고도 훌륭한 작품을 남긴 사람도 많다. 때문에 노벨문학상이 작품의 질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 게다가 노벨문학상은 작품에 수여하지 않고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때문에 우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속아서는 안된다.

 말이 길어졌는데, 존 쿳시는 [야만인을 기다리며] 등, 현대 사회상을 상세하고도 품위있게 전개한다. 그의 작품과 마주하고 있으면 옆집에서 벌어지는 듯한 생생함과 먼 아프리카의 이야기 같은 환상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한 남자의 끝없이 추락을 그리면서도 그 추락은 씨앗의 추락처럼 다른 세계를 향하는 듯한 암시를 보여주기에 더욱 빛이 난다. 

생각의 함정

자카리 쇼어

 자기계발서 코너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단어로 구성된 제목이다. 때문에 약간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대하긴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논리의 함정을 극복하는 것은 상상력이라니.

 시작부터 내가 빠져있던 하나의 함정에서 구출해주었다. 읽어도 금방 체득하기 어렵지만 읽지 않는다면 모른다. 물론 알고 있는 함정도 있지만 그 함정의 깊이와 넓이와 위험성을 자세히 짚어주기에 이 책은 최고의 책이다.

굶주림

크누트 함순

 이 작품 또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썼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인데 역시 훌륭한 소설이다.

 누가 이토록 굶주림에 관하여 끝까지 생각해 보았을까? 굶주림과 체면, 어느 쪽이 중요한가? 어느 쪽이 인간적인가? 정녕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나을까? 수많은 의문을 남기는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소설. 이런 이중성을 한 무대에, 한 인물에 공존시키기에 훌륭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바람처럼 물결처럼

크리슈나무르티 / 류시화 번역

 아쉽게도 책 표지를 구할 수가 없다. 아니 책도 구할 수가 없다. 오직 도서관에만 있다. 절판되고도 한참이 지났기에 (1982년 출판)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명상 쪽에서 유명한 크리슈나무르티지만 그의 강연 영역은 명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삶과 교육과 꿈과 현실을 두루 아우르는 통찰은 우리를 깨우친다. 그에 관한 책은 두껍게, 혹은 얇게 많이 나와 있으나 류시화가 오래전에 번역한 이 책만큼 절절히 와닿지 않는다.

 이 책은 당신의 인생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주며 가슴 한 켠에 이상의 씨앗을 심어줄 것이다. 

 약 30권 중에서 골라낸 이번 달 최고의 책들이다. 위 평은 전에 써두었던 촌평을 참고하지 않고 다시 썼다. 시간이 지났지만 가슴 속에 남아있는 이 감흥이 저 책들이 이번 달 최고의 책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근데 쓰고보니 신간이 없네. ㅋㅋㅋㅋㅋ

@wonwook

7월 읽은 책.

	1Q84 3이책페이지로이동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외국소설	문학동네	4	읽은 책	가지고 있는 책
	그로칼랭이책페이지로이동	로맹 가리 지음, 이주희 옮김	프랑스문학	문학동네	4	읽은 책	빌린 책
	버스탈취 사건이책페이지로이동	미사키 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일본문학	지니북스	5	읽은 책	빌린 책
	나귀 가죽 (반양장)이책페이지로이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외국소설	문학동네	2	읽은 책	빌린 책
	뉴욕 이야기이책페이지로이동	소피 칼.폴 오스터 지음, 심은진 옮김	사진/그림 에세이	마음산책	5	읽은 책	빌린 책
	판소리와 풍속화 그 닮은 예술 세계이책페이지로이동	김현주 지음	고전문학론	효형출판	2	읽은 책	빌린 책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이책페이지로이동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미술비평/이론	마음산책	3	읽은 책	빌린 책
	체호프 단편선이책페이지로이동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박현섭 옮김	외국소설	민음사	4	읽은 책	빌린 책
	타인의 고통이책페이지로이동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사회과학 산책	이후	3	읽은 책	빌린 책
	무서운 그림 2이책페이지로이동	나카노 교코 지음, 최재혁 옮김	미술이야기	세미콜론	4	읽은 책	빌린 책
	카자르 사전이책페이지로이동	밀로라드 파비치	외국소설	랜덤하우스코리아	4	읽은 책	빌린 책
	이웃 마을 전쟁이책페이지로이동	미사키 아키 지음, 임희선 옮김	일본문학	지니북스	4	읽은 책	빌린 책
	죽음의 중지이책페이지로이동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외국소설	해냄	5	읽은 책	빌린 책
	뻬드로 빠라모이책페이지로이동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외국소설	민음사	3	읽은 책	빌린 책
	파계이책페이지로이동	시마자키 도손 지음, 노영희 옮김	외국소설	문학동네	4	읽은 책	빌린 책
	속죄이책페이지로이동	미나토 카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외국소설	북홀릭(bookholic)	4	읽은 책	빌린 책
	숫타니파타 (미니북)이책페이지로이동	법정(法頂) 지음	쉽게 풀어 쓴 불경	이레	5	읽은 책	빌린 책
	추락이책페이지로이동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외국소설	동아일보사	5	읽은 책	빌린 책
	고백이책페이지로이동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외국소설	비채	4	읽은 책	빌린 책
	유능한 사람은 왜 유능한 사람을 키우지 못하는가이책페이지로이동	요시다 덴세이 지음, 김선민 옮김	기타	웅진윙스	4	읽은 책	빌린 책
	상상력의 위대한 모험가들이책페이지로이동	송태현 지음	미디어문예창작과	살림	4	읽은 책	빌린 책
	생각의 함정이책페이지로이동	자카리 쇼어 지음, 임옥희 옮김	심리 이야기	에코의서재	5	읽은 책	빌린 책
	루이스와 톨킨이책페이지로이동	콜린 듀리에즈 지음, 홍종락 옮김	신학일반	홍성사	4	읽은 책	빌린 책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이책페이지로이동	정재승, 진중권 지음	인문학산책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3	읽은 책	빌린 책
	순수 박물관 1이책페이지로이동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기타 세계문학	민음사	2	읽은 책	빌린 책
	세계의 끝 여자친구이책페이지로이동	김연수 지음	한국소설	문학동네	3	읽은 책	빌린 책
	셋을 위한 왈츠이책페이지로이동	윤이형 지음	한국소설	문학과지성사	4	읽은 책	빌린 책
	굶주림이책페이지로이동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외국소설	창	5	읽은 책	빌린 책
	공무도하이책페이지로이동	김훈 지음	한국소설	문학동네	4	읽은 책	빌린 책
	야만인을 기다리며이책페이지로이동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외국소설	들녘(코기토)	4	읽은 책	빌린 책
	청춘의 문장들이책페이지로이동	김연수 지음	한국에세이	마음산책	4	읽은 책	빌린 책